신혼부부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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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십대였을 때의 일이다.신혼부부 일상 2022. 11. 4. 23:18
어느날 나는 아버지와 함께 서커스를 구경하기 위해 매표소 앞에 줄을 서 있었다. 표를 산 사람들이 차례로 서커스장 안으로 들어가고, 마침내 매표소와 우리 사이에는 한 가족만이 남았다. 그 가족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열두살 이하의 아이들이 무려 여덟 명이나 되는 대식구였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결코 부자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은 비싸진 않아도 깨끗했고, 아이들의 행동에는 기품이 있었다. 아이들은 둘씩 짝을 지어 부모 뒤에 손을 잡고 서 있었다. 아이들은 그날 밤 구경하게 될 어릿광대와 코끼리, 그리고 온갖 곡예들에 대해 흥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이 전에는 한번도 서커스를 구경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날 밤은 그들의 어린 시절에 결코 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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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네덜란드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있었던 일이다.신혼부부 일상 2022. 11. 2. 21:09
한소년이 헌신적인 자기 희생을 통해 그것이 가져다 주는 큰 보상에 대해 세상을 일깨운 사건이 있었다. 그 마을은 주민 모두가물고기를 잡아서 생계를 잇고 있었기 때문에 긴급 상황에 대비한 자원 구조대가 필요했다. 어느날 밤의 일이었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구름이 밀려오더니 곧이어 사나운 폭풍이 고기잡이배한 척을 에워쌌다. 위험에 처한 선원들은 급히 구조 신호를 타전했다. 구조대 대장이 경보 신호를 울리자 주민 모두가 바닷가 마을 광장에 모였다. 구조대가 노를 저어 거센 파도와 싸우며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주민들은 랜턴으로 바다를 비추며 해변에서초조하게 기다렸다. 한 시간 뒤, 안개를 헤치고 구조대원들의 배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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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를 나는 영원히 잊을 수 없다신혼부부 일상 2022. 10. 30. 17:27
그 순간 어머니의 얼굴은 사랑의 빛으로 가득했다. 아버지와 우리 가족,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친구들에 대한 어머니의 조건 없는 사랑을 나는 기억한다. 어머니의 사랑은 지금까지도 내 삶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다시 10분이 흘렀다. 우리 두 사람 중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어머니가 내게로 시선을 돌리더니 나즈막히 말씀하셨다. “누군가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란다.” 내 눈에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기쁨의 눈물이었다. 나는 부드럽게 어머니를 껴안았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어머니를 사랑하는지 말했다. 얼마 후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셨다. 그날 어머니와 나 사이에는 많은 말이 오가지 않았다. 그러나 어머니가 하신 그 말씀은 황금과도 같은 소중한 말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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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임을 나는 느끼고 있었다.신혼부부 일상 2022. 10. 27. 17:21
무척 힘든 일이긴 하지만 내가 얼마나 아버지를 걱정하고 있는가를 표현하고 싶었다. 아버지는 항상 독일식이었고 당신의 의무에만 충실하셨다. 어린시절부터 아버지의 부모님은 아버지에게 남자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감정을 억제해야 한다고 가르친것이 틀림없었다. 아버지와 나 사이에 이토록 거리가 생긴 것에 대해 나는 늘 아버지를 비난해 왔다. 그러나 지금 나는 과거의 감정을 잊고 아버지를 더 많이 사랑해 드리는 일에 도전하고 있었다. 나는 말했다. "좀더 가까이 오세요. 아버지. 팔을 저에게 둘러 보세요." 나는 침대 끝머리에 앉아 아버지가 나에게 팔을 두를 수 있도록 몸을 숙였다. “이제 꼭 껴안아 보세요. 바로 그거예요. 다시 한번 껴안아 보세요. 잘 하셨어요!" 어떤 의미에서 나는 아버지에게 최초로 껴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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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라.신혼부부 일상 2022. 10. 26. 21:51
중학교 2학년인 당신의 딸이 지금 백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면 3학년으로 진급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행복과 마음의 평화를 주는 것이 오히려 중요한 일이다. 니키는 어느날 나에게 말했다. "머리가 빠지는 것은 아무것도 아녜요. 그건 참을 수 있어요ㆍ 그녀는 심지어 인생이 끝나는 것까지도 자신에게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것 역시 난 참을 수 있어요. 하지만 친구를 잃는 것이 어떤 건지 아세요? 내가 복도를 걸어가면 마치 모세가 바다를 가르듯이 아이들이 양쪽으로 갈라진다고 상상해 보세요. 내가 다가오고 있다는 그 사실 때문에 말예요. 또 모두가 좋아하는 피자가 나오는 날 학교 식당으로 들어가면 나 때문에 아이들은 반쯤 먹다 말고 자리를 뜨죠. 그들은 더 이상 배가 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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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마일을 비행하는 동안신혼부부 일상 2022. 10. 25. 21:50
꼼짝없이 붙어 앉아 그의 성실한 청중이 돼 줘야만 한다. 그날도 그런 날 중의 하나였다. 옆자리에 앉은 50대 백인 남자는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상투적인 주제를 갖고 세상의 불행한 사태에 대해 긴 논설을 펴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아예 포기하고 잠자코 그의 주장을 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 "요즘 세상의 젊은 것들이란・・・・・・” 그는 십대를 포함한 모든 젊은이들의 비뚫어진 행동 방식에 대해 사정없이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것도 막연한 증거를 갖고 모든 청소년의 잘못되고 타락한 행태를 집중공격했다. 그의 주장은 다분히 텔레비전 아홉시 뉴스에서 본 편파적인 내용들에 바탕을 둔 것이라 말할 수 있었다. 마침내 비행기가 인디아나폴리스 공항에 도착하자 나는 곧장 호텔로 향했다. 나는 지역 신문을 하나 사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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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 없이 나는 침대 곁으로 의자를 끌고 가서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신혼부부 일상 2022. 10. 24. 22:07
손을 잡는 순간 나는 그것이 신비한 느낌을 주는 접촉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무언중에 내 사랑의 감정을 어머니에게 확인시켰다. 침묵 속에서 나는 우리 두 사람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마술과도 같은 것이었다. 비록 어머니께서 당신이 지금 잡고 있는 손이 누구의 손인지 분명히 깨닫고 계시진 못할지라도. 10분이 지났을 때 나는 어머니의 손가락이 내 손등을 두드리는 것을 느꼈다. 어머니는 세 번에 걸쳐 내 손등을 두드리셨다. 짧은 순간의 행동이었지만 나는 어머니가 무언중에 나에게 말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었다. 상황을 초월한 사랑의 기적이 신의 무한한 능력과 우리들 자신의 상상력 위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나는 믿어지지가 않았다. 어머니는 이제 더 이상 예전처럼 당신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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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겪고 계시는 고통에 대해신혼부부 일상 2022. 10. 23. 20:22
저 또한 깊이느끼고 있어요. 아버지의 병은 그동안 아버지께 거리를 두었던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고, 제가 진정으로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했어요." 나는 몸을 기울여 아버지를 껴안았다. 그러나 아버지의 어깨와 두 팔은 잔뜩 긴장한 채 굳어 있었다. "그러지 마세요. 아버지. 아버지를 진정으로 껴안고 싶어요"그 순간 아버지는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아버지와 나와의 관계에서 애정을 표시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에게 내가 껴안을 수 있도록 좀더 앉아있어 줄 것을 부탁했다. 나는 다시 한번 시도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앞서보다 더욱 긴장했다. 나는 전에 느꼈던 분노의 감정이 내 안에서 다시금 자리잡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